[문학 작품 필사] 장강명, 『표백』, 고남경 (5676704)
  • 작성일 2021.12.31
  • 작성자 고남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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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선정이유>

 표백에는 현시대 청년의 현실이 담겨있다. 이 책을 읽고 평소에 남발하던 비관의 말들이 그럭저럭 들어줄만한 고민이 된 것만 같다.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이 책을 읽고 청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에 선택을 했다.

<감상문>

 이 책은 21세기를 배경으로 한다. 책 속의 내용은 세연이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. 세연은 외모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하는 대학생이다. 그런데 그런 세연이 갑작스럽게 자살하게 된다. 그리고 세연의 죽음 이후 주변 인물도 자살선언과 함께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.

 이 의문스럽게 널브러져 있는 죽음을 한 맥락으로 이어 주는 것이 표백이라고 명명되는 사회현상이다. 책에서 묘사되는 표백 현상은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완성한 사회의 기준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고 순응하는 모습을 하얗게 바래지는 표백에 비유한 것이다. 세연이 주장한 이 표백 현상은 지금 현시대의 청년이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빗댄 것이기도 하다.

 이러한 세연의 주장이 견고 해질수록 이 사회의 절망 또한 같이 견고해졌다. 세연의 주장은 내가 평소에 내뱉던 말들이 핑계나 변명이 아니라 희망할 수 없는 사회의 결과물이라고 변호해 주는 것만 같았다.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세연의 생각에 청년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만큼의 아량은 없었다. 오히려 세연의 주장은 청년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살로 나아간다. 세연에게 자살은 회피가 아니라 완성된 사회에서의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.

 그리고 필자는 세연과 같이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삶을 비관할 수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을 회피할 수 없었다. 하지만 세연의 주장에 크게 반박할 수는 없었다. 그리고 세연의 자살을 크게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. 어쩌면 지금의 사회는 자살을 선택하는 청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정도까지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.

 하지만 책을 보는 내내 세연의 담론에 스미는 것을 저지하는 본능이 필자의 마음에서 움직였다. 이 본능의 기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. 지금의 필자에게 이성적으로 세연의 주장을 반박할 만큼의 능력 또한 없다. 필자에게 삶의 원동력이란 이성적인 필연성이기보다는 원초적인 본능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. 그리고 이 본능으로부터 추동된 필자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표본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기도 하다. 어쩌면 모든 것이 예정된 세계가 아니라 막연함을 가정한 삶이 희망을 쟁취할 수 있는 비결일 수도 있다. 물론 이와 같은 막연한 삶의 기틀이 인생 전체를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. 또 이러한 가능성들이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.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희망을 전제할 수 있는 삶의 표본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. 완성된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전파할 수 있는 새로운 표본이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. 필자 또한 완벽한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인생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.